가장 쉽고 과학적인 문자 ‘한글’이 기계화되기 어려웠던 이유-‘모아쓰기’라는 난제, 그리고 가로쓰기와 한글 전용의 시작
한글의 기계화는 결코 간단한 과정이 아니었다. 총 24개의 자음과 모음을 26개의 알파벳을 사용하는 로마자 타자기에 이식하는 작업이 왜 어려웠을까? 그것은 한글 자체의 ‘모아쓰기’라는 특성 때문이었다. 초성·중성·종성이 모여 하나의 음절글자를 만드는 한글의 특성상, 각 자음과 모음이 어느 자리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형태가 천차만별로 변했다. 그 모든 변화를 어떻게 모듈화하여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술적 고민은 지난한 모색을 거쳐 해답을 찾아 나가야 했다.
기술적 난제와 더불어,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사회·문화적 저항이었다. 세로쓰기와 한자 혼용의 쓰기 문화는 1960년대까지도 숨쉬듯 당연했다. 한자 없이 한글만으로, 그것도 세로쓰기가 아닌 가로쓰기로 ‘생활문화’를 변혁하는 것은 가히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. 이 과정의 한 극단에는 모아쓰기라는 한글의 특성마저 해체하는 극단적인 가로쓰기, 즉 풀어쓰기를 주장한 주시경과 ‘한글가로쓰기연구회’가 있었고, 다른 한편에는 타자기의 글쇠를 옆으로 눕혀 세로쓰기 문서를 타자기로 작성하는 고육책이 나타나기도 했다.